강원도의 불길은 너무나도 안타깝게 번져 갔고, 봄바람은 그렇게도 얄궃게 우리의 마음을 할키고 지나 간다.
잃어 버린 사찰.. 잃어버린 터전. 잃어버린 지평선.. 강원도에 살면서 이토록 안타깝고 허무한적이 없다.
계곡 속에 사슴 농장을 찾았을 때는 건조하게 부는 봄바람에 웃옷을 벗어 던졌건만... 그런 일들이 동시에 이토록 가슴 아프게 벌어졌을 줄이야 ! ! !
내가 서 있던 강원도 산기슭엔, 아직도 응달진 곳에, 얼음으로 시냇가가 덮혀져 있었다. 봄 기운에 살며시 녹아 흐르는 냇물은 한 겨울내내 얼음속에 쌓여 있던 잎들을 떠나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도 부드러운, 맑은 물속엔 아직도 미쳐 보내지 못하고 남은 잎이.. 화석처럼 남겨져 있었다.
곧 흘려버릴 시간속엔... 내일의 꽃잎들이 떠다니겠지 ..하면서도.. 이내 안타까움 속에 사진을 찍어본다. 그렇게 시간은 다시 12시에 머물고 만다. 돌아, 돌아, 다시 돌아 와 잠시 머문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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